그녀는 퇴근 전 근시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곤 했다. 한 발자국 물러서 어디 먼지는 묻지 않았을까,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참 꼼꼼하게 훑은 후 마침내 자랑스레 말했다. "오늘도 근사하네." 언제든 뺏어올 수 있는 주도권이 건만 그 사니와의 이치고히토후리는 결코 선을 넘는 일이 없었다. 다시 침묵. 식은 잔을 내려다보는 남사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사니와는 생각했다. 몇 번이고 말문이 막히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술시중을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일지. 그가 바라보고 있는 술잔 안의 달은 답을 알고 있을지.